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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개된속마음 2015. 4. 5. 01:14

20150404 토이 콘서트

나는 원래 김동률을 더 좋아했다. 토이 노래는 좋긴 한데 어쩐지 궁상맞기도 하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유희열에 익숙해져 버렸다. 늦은 밤 라디오를 켜면 늘 '오빠'가 있었다. 어떤 날에는 정말 근사하게 음악 이야기를 했고, 어느 날엔 진짜 우리 오빠처럼 잔소리도 하고, 별로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툭툭 던지며 낄낄거렸다. 오빠 따라 나도 덩달아 낄낄거리다가 눈물 찌익 흘리다가 오빠 목소리 들으며 잠이 드는 날이 많아졌다(주로 '그녀가 말했다' 코너 때 스르륵 잠이 들었다). 그렇게 웃다가 울다가 토닥토닥 위로받다 보니 정이 들어버렸다. 심지어 오빠는 미남이니까!


오빠가 음도에 있으면 시민이 되었다가... 라천민도 되었다가... 고양이 똥구멍 클릭해야 들어갈 수 있는 다방민도 되었다. 남들처럼 '팬질'은 못했지만 그냥 좋아했다.


'라천'할 때 오빠는 늘 이상한 걸 시켰다. 오빠가 "나는" 외치면 우리는 어디에서 무얼 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든 "행복하다"를 외치게 했는데 처음에는 이게 뭔 짓인가 했다가 나도 어느새 이불 속에서, 책상에 앉아 "행복하다"라고 외치게 되었다. -___-


오늘 콘서트 첫 곡은 역시'라디오 천국'이었고, 오빠는 "나는 행복하다"를 외치게 했다. 우린 또 라천민이 되어 그걸 우렁차게 했다. ㅋㅋㅋ 그게 별게 아닌데... 참 별게 아닌데... 울컥했다. 아, 맞아. 라디오 천국 연주곡을 들으면 가슴이 뛰었지... 저걸 외치며 우리는 부끄러워하며 하나가 되었었지. 나는 별것 아닌 거에 낄낄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사람이었지.


오빠는 그렇게 함께한 시간들에 대해 "시간의 두께가 두터워졌다"고 표현했고, 오늘 '언젠가는 소년이고 소녀였을 우리 청춘의 반짝이던 순간들'을 고스란히 돌려주겠노라 했다. 그리고 4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그 순간들을 돌려주었다. 오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와 함께 한 시간의 의미를 알고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힘들지... 너 잘하고 있어... 라는 말을 진심으로 건네는 사람, 우리 이쁜이들... 우리 토순이-토돌이들이라는 말을 참 예쁘게 할 줄 아는 사람, 못하는 노래 정말 정성껏 부르고 뭐니 뭐니 해도 음악 할 때 가장 멋진 사람이었다. 


나에게 유희열은 음악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시간이란 '흘러간다'라고 생각하며 살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시간은 쌓여서 두터워지는 것이고,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함께 걷는 존재라는 의미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처음부터 울컥하여 중간에 찌익 울다가 미친 듯이 웃고 소리 지르다 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났다. 정말 한순간도 피곤하지 않아 놀랐다. 콘서트 전에 농담처럼 '다음 콘서트는 디너쇼를 해야 할지 몰라'라는 말을 했는데 다음 콘서트도 이렇게 해도 되겠어. 고마워요. 정말.


그... 그래도 김동률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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