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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개된속마음 2014. 10. 28. 15:25

[공개된속마음] 어떤 죽음(들)

2014년 10월 27일. 마왕이 세상을 떠났다.



중학생 시절, 어딘지 모를 '멋'이 나는 대학생 가수 오빠가 나타났더랬다. 매력적인 저음에, 당시의 대중 가요와는 다른 차원의 철학적 가사들이 가득 담긴 그의 노래들은 사춘기를 맞이한 나의 속 깊은 친구였다. 그의 노래들을 전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테이프에 복사해서 친구들과 돌려들으며, 나는, 그와 함께 사춘기를 보낸 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정서적 빚을 졌노라, 그를 추억하곤 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죽음 소식을 들었다(26일에 돌아가셨지만 사망 소식은 27일에 접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단원고 2학년 5반 인태범' 군의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은지 한달도 못되어 아들 곁으로 떠나셨다. 아들이 왜 바다에 갇혀 죽어야 했는지 그 원인도 밝히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두 죽음을 대하는 우리(적어도 SNS/언론)의 태도는 참 많이 달랐다. 신해철은 그를 추억하고 아끼는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지만, 태범이 아버님은 외롭고 쓸쓸하게 떠났다. 죽음의 무게를 함부로 재볼 수 없다지만, 적어도 어제 내가 접한 두 죽음의 무게는,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시소같았다. 물론, 나도 그랬다. 인터넷에서 신해철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았다가 늦은 밤, 그의 음악을 들으며 '나의 소중한 시간 한 부분을 잃어버린 듯한' 생각이 들어 잠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태범이 아버님 죽음에 대해서는 할 수 있다면,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도 만난적 없는 그에게 갚지 못할, 빚을 졌다는, 부채의식 때문이었다.


부채의식. 신해철의 죽음 앞에서 나는, 그를 나의 학창 시절과 연결하여 (쉽게) 추억하기만 하면 되지만 태범이 아버님의 죽음에 대해서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지속된 부채의식이 날카로운 통증처럼 밀려오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다. 이 시대를 통과하는 사람의 천형(天刑)처럼 집요하게 우리 기억에 새겨질 것이고, 자유로울수 없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그 죽음의 부채 의식으로부터 되도록 멀리, 힘껏 달아나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같은 날 맞이한 두 죽음을 대하는 내 태도를 의식하고, 점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어떤 죽음(들)에 대해 내가 갖추어야 할 예의고, 잃지말아야 할 문제 의식이다.


2014년 10월 27일. 마왕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태범이 아버님을 포함한 어떤 사람들도 세상을 떠났다. 어떤 죽음은 갑작스러웠고, 어떤 죽음은 비통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죽음이 갑작스럽고 비통하며... 삶과 죽음의 무게는 우주만큼 무겁기도 하고, 먼지보다 덧없기도 하다. 신해철의 노래에는 늘 (유한한) 삶과 (영원한) 죽음이 함께 담겨있었다. 그는 '존재할' 죽음 앞에 '존재하는' 삶을 여미는 삶에 대해, 지금을 성찰하고, 죽음을 의식하는 삶에 대해 노래했고, 그 의미들에 대해 질문을 그치지 않을 것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그것이 내가 일관되게 읽었던 신해철 노래의 메시지였고, 어떤 죽음(들)을 통해 지금 그것을 꽤 엄중하게 되새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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