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지구력강한사랑

가끔 문득 때때로 조잘조잘

Rss feed Tistory
리뷰/[영화] 2012. 11. 26. 21:24

그 휘파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남영동 1985>




1. "여기가 남영동입니까?"라는 김종태의 질문을 시작으로, 영화의 약 90%는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와 그 언저리를 맴돌았다. 가끔 등장하는 자막(1985년 9월 O일. O일째)을 제외하곤 그 시간들이 '1985년'의 시간들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아니, 오히려 '1985년과 현재' 그리고 '박정희와 전두환'을 연결시켜 우리가 아직 그 시간 속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김종태가 석방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문의 시간은 끝난 것이 아니다.


2. 마지막 부분에서 고문기술자(이두한)와 복지부장관이 된 김종태의 만남 장면은 다소 아쉽다(영화 전체적으로도 아쉽기는 했다. 그러나 굳이 언급하지는 않으련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닌 영화이므로). 고문기술자가 마치 진심으로 참회한 것처럼 느껴졌기에 현실에서의 그가 결코 참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분노가 울컥!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그걸 노렸을까?)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여전히 들리는 끔찍한 휘파람 소리와 김근태의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래 기억해야 할 눈빛이며 정신 반짝 들게 하는 라스트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고문 희생자들의 인터뷰는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다.


3. 마지막 부분에 천정배 의원, 김민웅 교수 등 몇몇 카메오가 등장하는데 그 중 나의 마음을 가장 먹먹하게 만든 카메오는 인재근 의원이었다. 내가 그 분이였다면 아직 고통스러워 그 곳에 못 앉아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분은, 강했다. 그래서 더 먹먹해졌다. 지금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목숨값 위에 서 있는 삶일까.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루어야 세상이 비로소, 좋아졌다, 여길 수 있을까. 아득하기만 하다.


4. 영화 보는 내내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봐도 되나?' 미안할 정도로 마음이 불편했다.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마치 의자에 묶여 함께 고문당하듯 본 영화'라 표현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난 후 온 몸이 아파 한동안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5. 원래,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영화를 본 후 어떤 감상평을 써 많은 이들을 영화관으로 인도할까 궁리를 했는데, 글러 먹었다. 이 영화 꼭 보시라고 감히 추천을 못하겠다. 마음이 도저히 감당키 버거워 몸까지 아픈 영화이므로.


6. 이창동 감독이 그랬던가. "영화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이 영화가,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다.




TOTAL 230,412 TODAY 0